Sharpen (2019) | 1분 4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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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은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 원시적인 도구이다. 구조라고 할 것도 없이 나무로 둘러싸인 흑연이 전부인 연필은 사람의 수고로운 노동, 즉 직접 만지고 깎는 행위를 통해 쓸 수 있다.
연필을 깎는 행위는 단순하며 반복적이다. 이 단순하며 반복적인 행위는 생각보다 많은 집중력을 요한다. 한 손으로는 연필을 굴리며 다른 한 손으로는 날카로운 칼로 적당한 깊이의 힘을 주어서 나무껍질을 빗겨내야만 심이 부러지지 않고 예쁘게 깎인다.
단순하고 반복적이지만 집중력을 요하는 행위를 하다보면, 행위자는 종종 자기를 잊고 행위 그 자체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연필 깎는 일이 그렇다. 얇은 연필 한 자루를 조심스레 쥐고 깎다 보면 이런저런 잡다했던 생각은 떨어져 나가는 나무 잔해처럼 멀어지고 마지막엔 뾰족한 심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때 연필을 깎는 사람은 연필을 깎는다는 행위 안에서 주변과 분리된 철저한 혼자가 될 수 있다. 그는 무언가를 그리고 쓰기 위해 다음을 위한 준비로서 지금의 할 일을 그저 조용히, 혼자서 묵묵히 진행해 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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